'마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5.14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남의 재발견-해안편
  2. 2014.05.06 토호세력 알아보고, 지역역사 바로알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남의 재발견-해안편



 한 번은 난감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부산에서 친한 대학 선배가 창원을 방문했다. 만나자 마자 선배가 대뜸 말을 꺼냈다. "창원에 상남동이라고 있다며? 유흥가로는 전국구라던데? 오늘 거기나 놀러가자, 딴거 뭐 볼거 없잖아." , "딴거 많은데..." 하면서도 막상 다른 곳으로 안내 하자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경남의 재발견-해안편>은 제목 그대로 '재발견'이다. 알고 있지만 막상 떠오르지 않는 '경남', 시간에 쫓겨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경남'을 새롭게 정의하는 책이다.


<경남의 재발견>은 총 2권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책을 나눈 기준이 독특하다. 총인구, 시·군, 이름으로 나누어도 될 법 한데, '해안편'과 '내륙편'이다.


'해안편'에 소개되는 지역은 같은 해안을 끼고 있지만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다. 지역의 특색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배려이지 않을까.


<경남의 재발견>은 단순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역사'와 '사람'이 만드는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다.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하다또한 경남의 아득히 먼 역사를 문화해설사, 향토사학자, 환경운동가, 주민 등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친절하게 소개한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지역은 '창원'이다. 몇년 전만 해도 타지역 사람에게 창원을 소개하면, '공업도시', '교과서에 나오는 계획도시', '창원대로가 있는 도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창원이 어디냐고 되물어 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마산 옆이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공업도시의 이면에 철새의 보고, '주남저수지', 특산물, '창원 단감·대산 수박'이라는 자연의 건강함을 갖고 있는 곳.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삼귀 해안도로'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 책에서 소개되는 창원은 '공업도시' 외에도 붙일 수식어가 많은 매력적인 도시다.


"오늘날에도 여기 사람들이 마산 전성기를 자랑할 때면 빼놓지 않는 장면"은 집안어른들의 '마산'에 관한 추억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에게 낯선 이야기였다. 


'민주성지'라는 기치 아래, 불의에 항거한 마산시민의 뜨거운 정신과 '마산 아귀찜'에 숨어있는 매운맛.

책에서 소개되는 '마산'은 뜨겁고, 또한 매웠다. 더욱이, 소개되는 수 많은 예인들의 이름을 보면서 '마산은 예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내가 자주 가던 돝섬에 얽힌 전설, 친근한 어시장과 무학산, 창동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잊고 있던 마산의 친근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 밖에, 일제의 흔적을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킨 벚꽃과 해군의 도시 '진해' 

"어머니가 큰 솥 끓는 물에 수제비 반죽을 툭툭 던져놓은 것 같다"는 '통영' 

넓은 갯벌과 "지리산을 병풍처럼 볼 수 있다"는 '잘나가면' 빠지는 '삼천포' 

아름다운 바다 '해금강'의 뒤로 역사의 아픈 상처를 안은 '거제' 

"한려수도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이 있는, 공룡의 고향 '고성' 

지족해협의 물살처럼 '드세다'는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억척스러운 계단식 논, '다랑이'가 있는 '남해' 

"한번 찾은 이들에게 그리움을 남긴다"는 섬진강이 흐르는 '하동' 

총 9곳의 경남 해안지역의 매력적인 도시를 소개한다.


1년에 한 번 출가한 딸들이 고개에 올라와 친정 가족을 만나던 진해의 '만날고개'가 평소 내가 즐겨 찾는 야경지라는 사실, 대학 시절 사물놀이패의 일원으로 잠깐 가보았던 통영의 또 다른 모습, 어릴 적 갯벌체험을 하고, 이모를 만나러 가던 삼천포가 있는 사천, 친구들과 처음 함께 여행갔던 거제, 군복무를 하며 대민봉사지원을 나가 수확 해보았던 남해의 마늘, 그리고 기회가 닿지 않아 가보지 못했던 하동의 모습.


내가 아는 곳을 한번 더 확인하고 그 곳과 관련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반대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역의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억누르고 있던 여행 욕구가 책을 보는 내내 꿈틀거렸다.


<경남의 재발견-해안편>은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 경남에 있는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려는 사람, 손님이 찾아 왔는데 소개할 볼거리·먹을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사람, 지역민, 타지인, 해외여행객, 어느 누구에게나 경남의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과거'를 여행하고,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친절한 기회를 제공한다.



경남의 재발견 (해안편 + 내륙편) - 전2권 - 10점
이승환.남석형 지음, 박민국 사진/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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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세력 알아보고, 지역역사 바로알기

 

 

나는 마산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창원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가족에게 전해들었던 지역의 소소한 역사가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잘못이었다. 이 책을 읽고 지역의 역사를 잘 알지도 못하고 더욱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토호세력이란 무엇인가?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국가 권력과 어느 정도 대립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향촌에 토착화한 지배세력'으로 정의한다. 책 속의 토호세력은 국가 권력에 기생하여 향촌에 토착화한 지배세력으로 정의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책에서 소개되는 지역사회의 토호세력은 일제 강점기,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거쳐 지금까지도 독버섯처럼 지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책은 1945년 8월 15일을 전후로 마산을 비롯한 경남의 현대사를 살핀다. 당시를 기록한 사료와 생존하는 사람의 증언이 뒷받침되어 신빙성을 준다. 한편으로 지역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글에서 느껴진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지역의 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사회를 바꿔보고자 기자를 선택했고 나름대로 부조리한 현실을 열심히 파헤쳐 봤지만 지역사회의 지배구조는 끄떡도 없었다...그들이 의도적으로 숨겨온 과거 행적은 뭔지를 까발리고 싶었다."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싶어 기자의 길을 선택한 나에게 책은,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책에서 소개 되는 지역의 역사 가운데,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의 실상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학살로 인해 마산에서 희생된 사람만 1681명이라는 기록은 나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1600여명이 한 곳에 모여있는 상상을 하고나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당시에 희생된 사람의 한보다, 유가족의 상황이 더욱 안타까웠다. '빨갱이' 낙인이 찍혀 피해에 대한 배상 요구는 고사하고, 말을 꺼내는 것도 두려워 하는 상황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올해 4월, 함안 보도연맹 희생자 국가배상 판결이 선고되면서 조금이나마 희생자의 한을 풀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판결문이 '군경에 의해'로 말하는 가해자 부분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가해자를 더 면밀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은 나의 요구에 충실히 답해주었다. 최철용, 신영주, 김종원, 노양환, 손문기, 김종신, 유석형, 문삼찬 등 가해자의 신상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반면 노현섭, 김용국, 한범석, 이병기 등 피해자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과 관련한 정보도 친절히 소개된다. 


나는 '가고파 축제'의 가고파가 이은상의 노래 제목인 것만 알고 있었다. 깊이 있게 이은상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은상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격돌하는 뉴스는 무심히 지나쳤다. 책에서 설명하는 이은상의 행적은 내가 얼마나 무지한가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마지막에 저자는 '단 한번도 정의를 바로세우지 못해본 사회, 단 한번도 역사의 범죄를 단죄해보지 못한 국가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정의를 가르치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욕심일 뿐이다'고 말한다. 나는 입으로 정의를 말하지만 행동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적어도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한다. 이 책이 정의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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