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 오일을 쓰러뜨린 탐사보도의 힘


수 개월에서 몇 년, 탐사보도에 소비되는 시간


 2010년 온라인 신문사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 이 곳에 속한 기자는 1년에 평균 3건의 기사를 작성한다. 하루에 3건도 아니고, 1년에 3건이라니. 그 이유는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는 기자가 특정 사건을 직접 조사하여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언론 보도방식이다. 따라서 탐사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 '프로퍼블리카'는 사건을 조사하고 보도하기 까지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을 소비한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만큼 보도가 사회에 가져오는 파장은 매우 크다. 


스탠더드 오일을 쓰러뜨린 '탐사보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어떻게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쓰러뜨렸나>는 탐사보도 기자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과 설립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추문을 폭로한 역사적 사건을 조명한다.


스탠더드 오일은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 합동방식인 '트러스트'를 통해 1890년대 미국 내 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기업이다. 당시의 스탠더드 오일은 '규제를 벗어난 회사 하나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동종업계 경쟁사들을 얼마나 몰아붙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그러한 스탠더드 오일의 뒤에는 항상 설립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있었다.


타벨은 이러한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가 가져온 폐해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녀는 끈질긴 노력 끝에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 한 권의 책이 거대한 스탠다드 오일을 무너뜨리는 분수령이 되었다.  


책의 전반부는 타벨이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쓰기 전을 소개한다. 동시대를 살았던 타벨과 록펠러의 생애를 비교하며 전개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지만, 내가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타벨이 강조한 언론인의 '전문성'


타벨은 좋은 언론인이 되려면 글 재주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재능과 능력, 체력, 호기심, 논리, 성품, 정보와 문장을 정확하게 다루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타벨은 교육 수준을 강조했다. 즉, 기자는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었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윌리엄 매킨리가 미국 국회의원으로 일하던 당시 대부분의 언론인과 일반 독자는 복잡한 관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타벨은 모든 사람에게 관세 문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연구 범위를 확장해 깊이 있게 문제를 다뤘다.


타벨의 글이 정교함을 갖추면서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전문성'있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탐사보도의 생명은 '끈질긴 노력' 


한편 타벨은 스탠더드 오일 탐사보도를 위해 1만 2000쪽 분량의 인쇄자료를 검토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밝혀지면 추가조사와 교차검증을 통해 신빙성을 재고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독특한 것은 다른 기자가 관심을 갖지 않던 법안 문서와 법정 서류에 대한 접근이다. 정보원을 통해 얻기 힘든 자료를 문서 작업으로 대체하는 접근법이었다. 타벨은 그러한 방식을 '해골이 들어 있는 옷장'에 비유했다. 


타벨이 처음부터 스탠더드 오일의 상부로 가서 정보를 얻으려 했다면 스탠더드 오일은 해골이 들어 있는 옷장 문을 닫아버렸겠지만, 그녀는 충분한 준비과정을 통해 해골을 먼저 발견한 다음 옷장을 살펴본다면 문을 닫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타벨이 끈질긴 노력 끝에 발간한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는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록펠러를 변화시켰다. 그가 자신을 합리화하고 방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책의 영향으로 트러스트에 관한 논란이 커졌고, 1911년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트러스트의 유사 독점 활동은 막을 내렸다.


스스로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타벨의 가르침


나는 탐사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과 끈질긴 노력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타벨이 보여준 노력은, 인터넷 시대를 사는 나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인터넷 덕분에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출처에 대한 의심 없이 자료를 사용하는 실수를 범할 때가 많다.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확인 조차 하지 않는 자신을 반성해 본다. 


또한 '탐사'기자 뿐만 아니라, 진정한 기자가 되기 위해서도 타벨이 기울인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쓰는 기사에 스스로 확신이 서기 전에는 독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얻은 자료에 대한 추가조사와 비교분석, 교차검증을 습관화 해야 겠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10점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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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도균 2014.05.20 09:57 address edit & del reply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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